필리핀에서 ‘망고 대란’이 벌어졌다. 수확량 폭증으로 가격은 폭락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망고를 소비할 경로를 찾지 못한 필리핀 농업당국은 고심에 빠졌다.
에마뉘엘 피뇰 필리핀 농업장관은 10일 “올해 유난히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망고 수확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엘니뇨 현상은 남미의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 온도가 크리스마스(12월 25일)부터 이듬해 봄까지 주변보다 높아지는 이상 기후를 말한다. 그 결과,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의 기후는 건조하게 돌변한다.
필리핀의 망고 과잉수확은 결국 기후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망고의 주요 재배지 중 하나인 루손섬에서만 200만㎏이 남아돌았다. 킬로그램당 가격은 25페소(570원)까지 떨어졌다. 원래의 킬로그램당 가격은 58페소(1321원)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일본의 한 수입업자가 10만㎏을 예약했지만, 여전히 190만㎏의 망고가 남았다.
가격 폭락보다 더 큰 문제는 망고를 썩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 점에 있다. 피뇰 장관은 “앞으로 2주 안에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필리핀에 쌓인 망고를 ‘달콤한 애물단지’로 묘사했다.
필리핀 농림당국은 망고를 소비할 여러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순 중으로 망고축제를 개최해 소비를 촉진하고, 대량으로 구입하는 수입업자에게 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줄 계획이다. 피뇰 장관은 망고 최대 수입국인 홍콩·두바이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루손섬 농부들은 농장 앞에 ‘무료 과일 봉지’를 걸어 망고를 홍보용으로 소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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